1887년 런던. 이후 황금새벽회 또는 황금여명회(Hermetic Order of the Golden Dawn)로 알려진 비밀 결사체가 태동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단체의 목적은 마법 수행, 오컬트 연구, 그리고 초자연적인 것을 신봉하는 사람들 간의 비밀 결속이었습니다. 이 모든 활동은 기독교가 지배했던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사회에 있어 큰 스캔들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했습니다. 1890년대에 이르러 이 단체는 당대 가장 뛰어난 예술가들과 지식인들 일부를 참여시킴으로써, 세간에 큰 명성을 얻게 됩니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자멸하고 맙니다. 내분과 파벌주의로 인해 1903년에 거의 해체된 것이죠. 비록 짧은 기간에 존속했던 단체였으나, 당대의 많은 마법 관련 조직을 통해 황금새벽회의 유산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19세기 오컬트주의와 프리메이슨
청교도가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행사했던 영국 빅토리아 시대. 대중은 인간 존재의 신비적인 측면과 세계 속에 은밀히 작용할지도 모를 그 어떤 힘에 대해 깊은 호기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무식한 대중들뿐 아니라 사회 유명인사들 또한 의례 마법(ritual magic)을 취미로 하거나, 죽은 자 들과 접촉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 저술된 문헌에 따르면, 천사들과의 소통, 행성 간 여행, 신비로운 치유 등이 마법으로 발휘할 수 있는 능력들로 열거되고 있습니다. 그 시대 사람들은 기독교라는 종교적 수행과 더불어 마법의 힘을 통한 영적 수행에도 동일한 관심이 있었던 것이죠. 그들은 고대의 지혜가 수세기에 걸쳐 카발라, 기독교 신비주의, 연금술, 오컬트 등을 통해 전해 오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 당시 신지 학회(Theosophical Society)와 프리메이슨 등의 조직은 대중들의 열망에 부흥하여 오랫동안 신비로운 상징과 의례에 대한 연구에 열중해 왔으며, 이는 황금새벽회와 같은 조직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여기서 잠깐! 영국 빅토리아 시대(1819 ~ 1901)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 (1819 ~ 1901)
대영제국 시기, 빅토리아 여왕(1819 ~ 1901)이 여왕으로 즉위한 1837년부터 사망한 1901년까지 64년간의 치세를 빅토리아 시대라 한다. 영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군사 등 다방면에서 변혁이 있었다. 고전적이면서 보수적인 도덕주의, 엄숙주의와 함께 허영과 위선도 함께 존재하는 시대이자, 합리주의와 발명, 탐구를 지향하던 근대 과학자와 발명가들과 전근대의 유산인 갖가지 미신과 전설, 도시괴담을 믿던 대중들이 뒤엉켜 공존하던 시대로 일컬어진다. 대항해시대를 거치며 타 유럽국가들과의 경쟁을 통해 신대륙의 식민지들을 획득하는 데 성공한 영국은 대영제국의 기반을 다지게 되고, 이후 산업혁명이 전개되며 한층 국력이 신장되면서 대영제국의 제국주의가 절정에 다다른다. 빅토리아 시대는 이러한 배경 하 아시아, 아프리카 등을 식민지로 삼으면서 유럽 문명, 과학문명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이 사회 전체에 펴져있던 시기(벨 에포크)이면서, 동시에 거대 자본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부여되었던 비인간적이며 과도한 노동에 반발해 차티스트 운동 등의 노동운동 또한 시작되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 <나무 위키>에서 인용
암호 필사본의 발견
황금새벽회의 기원은 신비한 암호 필사본의 발견으로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면 종이에 검은 잉크로 적힌 56 페이지의 이 글 묶음은 1880년대 중반 발견 당시부터 그 기원을 두고 계속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본 저작물의 실제 저자는 밝혀지지 않았는데, 어쨌든 웨스트콧(William Wynn Westcott)이라는 사람의 수중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의 직업은 검시관이었으나, 실제로는 프리메이슨이자 신비한 의식을 행한 기독교 단체(Societas Rosicruciana)의 일원이었습니다(그는 황금새벽회의 창시자 중 한 명입니다). 웨스트콧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암호화된 이 문서의 해독을 시작합니다.
Societas Rosicruciana
프리메이슨인 Robert Wentworth Little은 1865년 또는 그 직후에 영국 잉글랜드 장미십자회(SRIA) 연구 그룹인 Societas Rosicruciana를 설립했습니다(협회 공식 웹사이트에서는 1867년 6월 1일로 표기되어있음). 이로 인해 오컬트에 대한 관심이 영국에서 크게 부활했습니다. 이는 SRIA 회원이었던 웨스트콧과 우드만이 황금새벽회를 설립하기 20여 년 전의 일입니다.
황금새벽회의 설립
1887년 웨스트콧은 암호 필사본의 해독을 마무리합니다. 본 저작물은 카발라, 타로, 연금술 등 다양한 지식을 이용한 마법 의식과 신비로운 가르침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같은 Societas Rosicruciana의 일원이었던 경찰 외과의사인 우드만(William Robert Woodman)과 프리메이슨 멤버인 매더스(Samuel Liddell MacGregor Mathers)와 연구 결과를 공유하게 됩니다.
웨스트콧, 우드만, 그리고 매더스는 함께 일하면서, 해독된 암호를 기반으로 황금새벽회의 기반을 구축하기 시작합니다. 웨스트콧에 의해 발견된 암호문 속의 의례와 신비로운 가르침들은 황금새벽회의 커리큘럼의 기반이 된 것이지요. 타로 점과 점성술 등은 초자연적인 존재나 망자의 영과 소통할 수 있다고 알려진 마법 의식과 결합됩니다. 이는 고대의 마법 전통과의 결합을 통해 현대적인 마법 체계가 확립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1888년 2월 12일, 웨스트콧, 우드만, 매더스는 황금새벽회를 설립하게 됩니다.
황금새벽회의 구조와 가르침
황금새벽회의 멤버들은 개인의 영성 발전을 위해 마법 철학과 전통적인 의식에 관한 지식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웨스트콧과 그의 동료 설립자들이 만든 커리큘럼은 상징과 의식에 관한 깊이있는 연구를 통해 그들이 더 높은 수준의 영적 존재에 도달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습니다.
황금새벽회의 구조는 SRIA(장미 십자회)의 구조를 반영했습니다. 황금새벽회는 크게 세 레벨로 구성되었는데, 그중 첫 번째 레벨을 Outer Order라고 부릅니다(초보 과정쯤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네요). 이 수준의 가르침은 점성술, 타로점, 기하학 같은 것을 통해 개인의 자기 계발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Outer Order는 흙, 공기, 물, 불의 원소에 따라 4등급으로 나뉩니다. 원소의 형이상학적 특성에 대한 필기시험을 통과한 후 다음 학년으로 진급할 수 있었습니다. 4개 등급을 모두 완료하고 2단계(Inner Order) 내 숙련자의 승인을 받으면 지망자는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Inner Order 라고 불리는 두 번째 레벨은 황금새벽회의 절대적인 지도자가 된 매더스에 의해 설계되었습니다. Inner Order는 Outer Order를 다스리고 지도했습니다. 또한 아스트랄 여행(유체이탈의 일종), 스크라잉(수정으로 점을 치는 행위)과 같은 실용적인 마법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또 다른 시험을 통과하고 다른 숙련자들의 동의 하에 지망자는 결국 다음 등급에 도달하게 됩니다.
황금새벽회의 비밀 장로들(Secret Chiefs)
황금새벽회 설립의 정당성은 독일에서 장미십자회 조직을 이끌었다고 알려진 안나 슈프렝겔(Anna Sprengel)과 연관이 깊습니다. 웨스트콧은 안나 슈프렝겔과 서신 교류를 하였는데, 이를 통해 장미 십자회의 은밀한 가르침을 전수받았고, 그녀로부터 영국에 황금새벽회의 설립 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죠.
황금새벽회의 설립자들은 안나 슈프렝겔이라는 신비한 인물 뿐 아니라, ‘시크릿 치프’로 알려진 존재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그들은 인간의 육체를 지니고 있으나, 인간을 뛰어넘는 초능력을 지닌 존재로 웨스트콧은 슈프렝겔을 통해 그들의 메시지를 받아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891년 창립 멤버였던 우드먼이 세상을 떠나고, 비슷한 시기에 웨스트콧과 슈프렝겔 간의 서신 교환도 갑작스레 중지됩니다. 이 시기 전국 각지에서 황금새벽회의 사원을 세우는 데 일조했던 매더스가 때맞춰 자신이 시크릿 치프와 접촉했다고 발표합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시크릿 치프가 고대 이집트 혈통의 연금술사라고 믿었는데, 실제로 황금새벽회의 많은 의식은 호루스와 같은 이집트 신에 대한 주문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런던에 세워진 첫 번째 황금새벽회 사원의 이름이 “Isis-Urania”인 것을 볼 때, 황금새벽회는 이집트 자연 신의 마법과 큰 연관이 있다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매더스는 시크릿 치프의 존재를 내세의 존재라 했고, 자신은 시크릿 치프와 황금새벽회 조직 사이의 중개자임을 천명함으로 자신의 권위를 세워나갑니다(조직의 실권을 장악하기 시작한 거죠).
웨스트콧의 갑작스러운 사임
우드먼이 죽고, 매더스가 실질적으로 황금새벽회를 장악한 가운데 웨스트콧이 갑작스럽게 사임을 발표합니다. 사실 1892년 즈음 웨스트콧은 계속해서 황금새벽회와 관련되어 있었지만, 실제 관리에서는 물러나 있었죠. 하지만 오랫동안 오컬트를 신봉하고 공부해 왔으며, 여전히 조직 내에서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던 웨스트콧의 사임은 큰 의문을 남겼습니다.
한편에서는 황금새벽회가 대중적으로 알려지게되자, 검시관으로서의 자신의 직업이 위협받는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도 하고(실제 사실이 알려져서 곤욕을 치렀다는 설도 있음), 한편에서는 누군가가 계속해서 자신을 몰아낼 음모가 있다고 믿었다는 설들 있습니다.
여하튼 이로서 매더스는 황금새벽회를 이끄는 유일한 창립 멤버가 되었습니다.
황금새벽회의 엄청난 인기
1890년대 중반, 황금새벽회의 인기는 절정에 이르게 됩니다. 황금새벽회의 수백 명의 멤버 중 빅토리아 시대의 유명인사들이 대거 영입된 것이 계기였습니다.
시인 W.B. 예이츠(W.B. Yeats), 웨일스의 공상 공포 작가인 아서 마헨(Arthur Machen)과 같은 저명한 작가뿐 아니라 ‘웨스트엔드(West End)’의 주연 여배우였던 플로렌스 파르(Florence Farr), 아일랜드 혁명가 모드 곤(Maud Gonne) 등이 참여한 것이죠.
오늘날 가장 유명한 고전 타로 데크의 공동 창시자인 웨이트(A.E. Waite)와 작가이자 이후 텔레마(Thelema)로 알려진 종교 창시자인 알레이스터 크로울리(Aleister Crowley) 또한 이 시기 황금새벽회의 멤버로 참여하게 됩니다.
황금새벽회가 인기 비결 중 하나는 당대의 다른 조직(프리메이슨 등)과 달리 여성을 회원으로 인정했다는데 있습니다(프리메이슨의 경우 오늘날까지도 남자만을 회원으로 받고 있다고 하죠). 또한 황금새벽회 모임은 그 당시로 보았을 때 꽤 진보적인 성향을 띄었는데, 모임의 분위기가 마치 사교회 같았고, 의식들 또한 상당히 유쾌하게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크로울리,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사람
알레이스터 크로울리는 황금새벽회의 맴버 중 가장 유명한(또는 악명 높은)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논란이 된 언행은 황금 새벽회 내의 질서를 혼란에 빠뜨렸고, 결국 지도자인 매더스의 지위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되지요.
언젠가 영국 언론에서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사람”으로 묘사된 바 있는 크로울리는 1898년 황금새벽회에 합류했습니다. 그는 황금새벽회에 합류하자마자 다른 사람과는 비교불가의 빠른 성장을 보였습니다. 크로울리의 신비주의에 대한 관심의 동기는 그의 어린 시절을 지배했던 기독교 근본주의를 전복시키는 데 있었습니다.
매더스는 크로울리의 성취를 크게 인정하여 그를 Inner Order에 올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크로울리의 자질을 의심했던 다른 런던 맴버들에 의해 매더스의 시도는 저지당합니다. 하지만 매더스는 1900년 크로울리를 프랑스 아하토르(Ahathoor) 사원의 Inner Order에 강제적으로 임명합니다. 결국 이 조치는 매더스의 지도력의 종말을 알리는 전초가 됩니다.
내분과 해산
매더스와 크롤리의 친밀한 관계는 황금새벽회 맴버들(특히 런던과 에든버러) 사이에 큰 걱정거리로 작용합니다. 또한 시크릿 치프와 그들 사이의 중재자라는 매더스의 지위에 대해 큰 의문을 품습니다(자신들은 왜 시크릿 치프와 접촉할 수 없는가 하는 불만과 시크릿 치프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불신도 포함된 것으로 보입니다).
크롤리가 런던 사원에 돌아온 날 사건은 터지게 됩니다. 크롤리가 Inner Order에 임명되었다는 갑작스러운 통보와 승급을 인정하는 문서(Inner Order 신분만이 접근 가능한 비밀문서라는 설도 있습니다)에 대한 크롤리의 요구가 발단이 된 것이지요. 분란으로 인해 사원을 폐쇄해야 한다고 생각한 파르(Florence Farr)는 사임하게 되고, 내분은 점차 더 커집니다. 이때 매더스는 이러한 분쟁의 원인이 황금새벽회를 다시 장악하기 원하는 웨스트콧이 배후에서 조정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웨스트콧의 권위를 떨어뜨리기 위해 매더스는 웨스트콧과 안나 슈프렝겔의 서신은 위작이었고, 웨스트콧은 단 한 번도 시크릿 치프와 접촉한 적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다른 설립자 동료를 비방하려는 매더스의 시도는 자기 자신의 신뢰를 깎아내리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크롤리를 Inner Order에 임명한지 삼 개월 만에 매더스는 직위 해제되었고, 황금새벽회의 조직은 와해되기 시작합니다. 매더스는 자신을 따르던 자들과 함께 알파 엣 오메가(Alpha et Omega)라는 단체를 만들었고, 예이츠와 런던 사원의 일부 멤버들은 스텔라 마투티나(Stella Matutina)라는 조직을, 웨이트와 다른 런던 사원의 멤버들은 이시스-유라니아 템플을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 크롤리 또한 얼마 안가 매더스와 결별하고 1907년 A∴A∴(Argentium Astrum)라는 단체를 설립합니다.
이로서 황금새벽회의 존재는 이 세상에서 공식적으로는 사라지게 됩니다. 하지만 황금새벽회는 20세기와 그 이후에 걸쳐 밀교 사상과 마법을 추종하는 오컬트 집단에 끊임없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타로를 공부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황금새벽회'(또는 황금여명회)라는 단체가 등장합니다. 이 단체가 도대체 어떤 단체인지 궁금해서 여러 자료를 찾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자료를 찾다 보니 위카(Wicca) 쪽 커뮤니티에 보다 진지한 여러 자료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너무 심각하게 깊이 들어가는 듯하여, 이 정도 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을까 합니다. 관련되어 다시 마음이 동하는 내용이 있다면 차후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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